에어비엔비의 대표 체스키는 100만 건의 예약을 돌파하며 시장에서의 성공을 확신할 때쯤 뜻하지 않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미국 회사들을 분석해서 재빨리 유럽에 카피캣을 만든 후 그 복제한 기업 대부분을 미국에 되팔아 막대한 부를 챙기는 잠버 형제(로켓 인터넷)가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에어비엔비의 카피캣인 윔두(Wimdu)라는 회사로 창업 몇 주만에 400명의 직원을 고용했고, 유럽 전역에 20여 개의 지점을 개설하여 에어비엔비의 유럽 진출을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잠버 형제는 이전에도 그루폰과 유사한 사업체인 시티딜을 만들었고, 그루폰은 이 경쟁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당시 기업 가치의 10%에 가까운 금액을 사용해야만 했다. 잠버 형제는 과거의 성공에 기세 등등 하여 체스키에게는 무려 25%의 지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체스키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고심한 끝에 윔두의 인수 제한을 거절했고 그들의 거센 공격을 이겨낸다.
■ 효율보다 속도다, 블리츠스케일링(Blitz Scailing)
에어비엔비가 잠버 형제들과 싸워 이겨낸 열쇠는 바로 블리츠스케일링이다. 블리츠스케일링이란,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효율보다 속도를 우선하여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성장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중요한 점은 빠른 속도와 불확실성은 새로운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벽은 블리츠스케일링의 가장 큰 적이다. 그렇기에, 비효율은 예외가 아닌 원칙이다.
이와 같이 성장 속도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개념은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의 성장 철학과는 180도 반대된다. 파타고니아는 빠른 성장보다는 자연스러운 속도의 성장으로 <사업은 수단, 목적은 지구>이라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존버의 힘을 보여준 성공 기업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물질 중심의 원자(atom)의 영역인 반면 디지털 포메이션이 중심이 되는 지금은 대부분 비트(bit) 기반 사업 패턴에 기반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블리츠스케일링이 현시대에 더 적합한 경영 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모두들 블리츠스케일링을 하고 싶을 것이다.
■ 기여자에서 관리자, 그리고 경영자로
스케일업은 스타트업의 숙명이다. 그리고 스케일업은 철저히 창업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저자 리드 호프먼은 블리츠스케일링 단계별 직원의 숫자와 창업자의 역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1단계(가족): 직원 1~9명 - 직접 초고속 성장의 레버를 당긴다.
2단계(부족): 직원 10~99명 - 레버를 당기는 사람을 관리한다.
3단계(마을): 직원 100~999명 - 레버를 당기는 조직을 설계한다.
4단계(도시): 직원 1,000명~9,999명 - 목표와 전략에 대한 수준 높은 결정을 내린다.
5단계(국가): 직원 1만 명 이상
블리츠스케일링을 할 때에는 기업가의 용기와 기술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자본과 인적자본 양쪽의 위험을 지능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꺼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금융자본과 인적 자본이 블리츠 스케일링을 할 때 필수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창업자만큼 성장한다'라는 말처럼 매 단계마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되므로 스스로 학습 기계가 되어야 블리츠스케일링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블리츠스케일링에서는 창업자들의 그릇이 더욱 중요하다. 창업 초기보다는 중기-성장 시점에 창업자들의 역량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결정 된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해내야만 한다. 프러덕트 마켓 핏(Product-Market Fit)이 검증되어 조직의 성장 방향에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